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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0/1 



Forty thousand, firsts






1분의 40,000

40,000 모두가 아름다운 하나                                                                           

거리를 지나다니는 차의 이름을 다섯 살의 내가 맞춘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내가 춤춘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두고두고 떠올리는 어린 내 모습이다. 그때의 기억이 뚜렷하지는 않다. 다만 나는 그때부터 차를 갖고 싶었다. RC카(무선 조종차)를 조립했다. 처음 산 스쿠터로 도로를 달리자 자유의 날개가 펼쳐졌다.

집에는 온갖 종류의 크고 작은 자동차 부품이, 휠이, 타이어가 잔뜩 쌓였다. 차를 개조하고 자동차 경기장 트랙에서 주행을 했다. 더 빨리 달리고 싶어졌다. 더 빨리 달리고 싶다. 차의 움직임을 익히고 부품을 구해 가공하고 장착한다. 자동차는 내 곁에 있다.


스테빌라이저, 어퍼암, 캠샤프트, 워터펌프, 너클, 베어링, 브레이크디스크, 캘리퍼, 휠, 타이어, 스페이서, 쇽업쇼버, 코일오버, 스프링, 범프스토퍼, 서브프레임, 텐션로드, 에어필터, 인테이크파이프, 릴레이, 터빈, 인젝터, 딜리버리파이프, ECU, 와이어링하네스, 에어플로우센서, 가스켓, 헤드, 배기관, 클러치, 싱크로, 기어노브, 스티어링휠, 디퍼렌셜,  …

내가 수집하는 아이들이다. 각 부품들을 하나씩 소장하게 되면서 나는 이 아이들의 아름다움을 만났다. 총 40,000개 정도의 부품들, 이것들은 한 대의 자동차를 구성하는 필수 부품들이다. 차의 성능을 조율해주는 튜닝용 부품들은 또 더 있다. 차의 종류, 목적, 크기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 1대를 위해 필요한 부품들은 40,000개다.

하나 하나의 부품은 겉으로는 거친 쇳덩어리 같이 보일 수 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예민한 아이들이다. 엄마가 아이를 보듯이 애정으로 내가 이 부품들을 다루는 이유다.

각 부품들은 40,000개 중의 하나 그 자체로 각각 1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40,000개가 합쳐졌을 때 큰 힘을 발휘하고, 개조를 통해서 다른 차에 장착되어 1+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40,000개를 이루는 어느 한 가지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40,000개 부품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의 아름다움은 물론, 나아가 기능적으로 최고의 성능을 낼 때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꾸준히 기록하고 카메라에 담게 되었다. 40,000개 각각이 1로서 모두의 아름다움을 다 마주할 때까지 나는 자동차를 계속해서 곁에 두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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