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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0/1 



Forty thousand, firsts

 
Exhibited in 2020,
Gallery Haven at Gwasuwon, Seoul 
  



1분의 40,000

40,000 모두가 아름다운 하나                                                                           

거리를 지나다니는 차의 이름을 다섯 살의 내가 맞춘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내가 춤춘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두고두고 떠올리는 어린 내 모습이다. 그때의 기억이 뚜렷하지는 않다. 다만 나는 그때부터 차를 갖고 싶었다. RC카(무선 조종차)를 조립했다. 처음 산 스쿠터로 도로를 달리자 자유의 날개가 펼쳐졌다.

집에는 온갖 종류의 크고 작은 자동차 부품이, 휠이, 타이어가 잔뜩 쌓였다. 차를 개조하고 자동차 경기장 트랙에서 주행을 했다. 더 빨리 달리고 싶어졌다. 더 빨리 달리고 싶다. 차의 움직임을 익히고 부품을 구해 가공하고 장착한다. 자동차는 내 곁에 있다.


스테빌라이저, 어퍼암, 캠샤프트, 워터펌프, 너클, 베어링, 브레이크디스크, 캘리퍼, 휠, 타이어, 스페이서, 쇽업쇼버, 코일오버, 스프링, 범프스토퍼, 서브프레임, 텐션로드, 에어필터, 인테이크파이프, 릴레이, 터빈, 인젝터, 딜리버리파이프, ECU, 와이어링하네스, 에어플로우센서, 가스켓, 헤드, 배기관, 클러치, 싱크로, 기어노브, 스티어링휠, 디퍼렌셜,  …

내가 수집하는 아이들이다. 각 부품들을 하나씩 소장하게 되면서 나는 이 아이들의 아름다움을 만났다. 총 40,000개 정도의 부품들, 이것들은 한 대의 자동차를 구성하는 필수 부품들이다. 차의 성능을 조율해주는 튜닝용 부품들은 또 더 있다. 차의 종류, 목적, 크기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 1대를 위해 필요한 부품들은 40,000개다.

하나 하나의 부품은 겉으로는 거친 쇳덩어리 같이 보일 수 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예민한 아이들이다. 엄마가 아이를 보듯이 애정으로 내가 이 부품들을 다루는 이유다.

각 부품들은 40,000개 중의 하나 그 자체로 각각 1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40,000개가 합쳐졌을 때 큰 힘을 발휘하고, 개조를 통해서 다른 차에 장착되어 1+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40,000개를 이루는 어느 한 가지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40,000개 부품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의 아름다움은 물론, 나아가 기능적으로 최고의 성능을 낼 때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꾸준히 기록하고 카메라에 담게 되었다. 40,000개 각각이 1로서 모두의 아름다움을 다 마주할 때까지 나는 자동차를 계속해서 곁에 두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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